노숙자마저 감동시킨 \"주먹밥콘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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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은혜의집 이름으로 검색 댓글 0건 조회 6,555회 작성일 2005-09-22 00:00본문
\"굶는 이 돕자\" 도심 울린 사랑의 하모니 \'주먹 콘\' 1주년
음악가 67팀 무료출연 자원봉사자들 밥짓고 관객들은 밥먹고 성금
총 9천여명이 3600만원 직장인 넥타이부대 단골 “이렇게 오래 갈줄 몰라”
안준호기자 libai@chosun.com
입력 : 2005.09.22 02:38 06\' / 수정 : 2005.09.22 02:39 40
‘주먹콘’. 서울 중구 도심 한복판에 있는 성공회 대성당이 매주 수요일 낮에 여는 ‘주먹밥 콘서트’의 약어다.
그 주먹콘이 21일 1주년을 맞았다. 주먹콘은 새로운 실험이었고, 누구도 1주년을 기대하지 못했다. 그만큼 열악한 상태에서 출발한 콘서트였다. 음악가들은 무료로 출연하고, 공연장은 날씨에 좌지우지되는 성공회 앞마당이고, 주먹밥은 자원봉사자들이 만들고, 관람객은 공짜로 주먹밥을 먹되 성금은 마음내키는 대로 내고….
▲ “주먹밥 드시러 오세요!” 1주년을 맞은 수요주먹밥콘서트에서 출연진과 김한승 신부(앞줄 가운데), 자원봉사자들이 주먹밥을 들어보이며 활짝 웃고 있다. 21일 서울 중구 성공회 서울대성당. /최순호기자
주먹콘을 주관해온 성공회 푸드뱅크 대표 김재열 신부는 “막상 시작은 했지만 이렇게 공연을 계속 이어갈 수 있을지는 상상하기 어려웠다”고 했다. 주먹콘을 이어 온 힘은 자원봉사자들과 음악가들, 관람객들, 성공회 신부들의 이웃사랑이다.
이들 네 당사자의 정성이 모여 결식 이웃을 돕는 행사가 주먹콘이다. 캐치프레이즈는 ‘나눔이 있어 행복한 점심’이다. 현재까지 총모금액은 3600만원. 개인 기부자는 9000여명이고 ‘교보생명’ 등 몇몇 기업에서 단체 기부도 했다. 관람객들은 인근 ‘넥타이부대’와 행인, 아이와 함께 찾는 학부모, 노숙자 등 다양하다. 보통 200여명이 찾는다.
성공회 푸드뱅크 무료급식 차량을 운전하는 안효식(44)씨는 “요즘은 경기가 어려운 탓인지 성금을 내지 않고 그냥 주먹밥을 달라는 사람도 많은데 매주 오는 한 노숙자가 꼭 동전 몇 개라도 내고 가는 것을 보면 없는 사람들이 더 ‘나눔’을 실천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처음엔 무엇보다 홍보에 어려움을 겪었다. 플래카드나 포스터를 붙이면 서울시는 도시 미관을 해친다며 떼어냈다. 그러나 ‘나눔’의 미덕에 공감한 기업과 주변 상인들의 도움으로 기업과 점포에 포스터를 붙일 수 있었다.
이날까지 45회의 공연에 전인권, 안치환, 이상은 등 총 67팀이 무대에 섰다. 지난 8월 한 달 휴가를 겸해서 쉬었을 뿐이다. 공연자들은 대부분 ‘인디밴드’ 등 아직 유명세를 타지 못하는 신인들이다.
이날 공연을 한 사람은 가수 소히(27)씨와 인디밴드 ‘스트로베리TV쑈’. ‘스트로베리TV쑈’의 기타리스트 진마(22)씨는 “인디밴드들도 어렵지만 우리가 좋아하는 음악을 하며 어려운 이웃을 도울 수 있어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소히씨는 “우리 사회는 가진 사람들이 더 많이 기부해야 하는데 아직 그런 기부문화가 정착되지 않은 것 같다”며 “작지만 함께 나누고 싶었다”고 말했다.
주먹밥을 만드는 사람들은 서울 천호동에 사는 고광단(여·52)씨 등 7명의 자원봉사자들이다. 이들은 화요일에 장을 보고, 우엉을 조리는 등 음식을 준비한다. 수요일에는 아침 7시부터 쌀 20㎏을 씻고, 고기를 삶고, 야채를 다듬어 형형색색의 주먹밥 300여 개를 만든다. 행여 목이라도 멜까 된장국도 빼지 않는다. 고씨는 “비가 와 실내 공연을 하게 되면 관람객이 반으로 줄어 애써 준비한 주먹밥이 남아 속상하다”고 했다.
푸드뱅크 본부장인 김한승 신부는 “사람들이 ‘대낮에 공연을 한다는 것과 매주 공연을 빠짐없이 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했다”면서 “하지만 남을 위해 봉사하겠다는 분들이 많은 걸 보며 우리 사회가 아직 따뜻하고 살 만하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시작할 땐 음악가들을 섭외하는 일부터 애를 먹었지만, 이제 공연 일정은 10월 말까지 꽉 짜여 있다. ‘주먹밥’이 ‘사랑의 콘서트’의 2년차 문을 열고 있다.
음악가 67팀 무료출연 자원봉사자들 밥짓고 관객들은 밥먹고 성금
총 9천여명이 3600만원 직장인 넥타이부대 단골 “이렇게 오래 갈줄 몰라”
안준호기자 libai@chosun.com
입력 : 2005.09.22 02:38 06\' / 수정 : 2005.09.22 02:39 40
‘주먹콘’. 서울 중구 도심 한복판에 있는 성공회 대성당이 매주 수요일 낮에 여는 ‘주먹밥 콘서트’의 약어다.
그 주먹콘이 21일 1주년을 맞았다. 주먹콘은 새로운 실험이었고, 누구도 1주년을 기대하지 못했다. 그만큼 열악한 상태에서 출발한 콘서트였다. 음악가들은 무료로 출연하고, 공연장은 날씨에 좌지우지되는 성공회 앞마당이고, 주먹밥은 자원봉사자들이 만들고, 관람객은 공짜로 주먹밥을 먹되 성금은 마음내키는 대로 내고….
▲ “주먹밥 드시러 오세요!” 1주년을 맞은 수요주먹밥콘서트에서 출연진과 김한승 신부(앞줄 가운데), 자원봉사자들이 주먹밥을 들어보이며 활짝 웃고 있다. 21일 서울 중구 성공회 서울대성당. /최순호기자
주먹콘을 주관해온 성공회 푸드뱅크 대표 김재열 신부는 “막상 시작은 했지만 이렇게 공연을 계속 이어갈 수 있을지는 상상하기 어려웠다”고 했다. 주먹콘을 이어 온 힘은 자원봉사자들과 음악가들, 관람객들, 성공회 신부들의 이웃사랑이다.
이들 네 당사자의 정성이 모여 결식 이웃을 돕는 행사가 주먹콘이다. 캐치프레이즈는 ‘나눔이 있어 행복한 점심’이다. 현재까지 총모금액은 3600만원. 개인 기부자는 9000여명이고 ‘교보생명’ 등 몇몇 기업에서 단체 기부도 했다. 관람객들은 인근 ‘넥타이부대’와 행인, 아이와 함께 찾는 학부모, 노숙자 등 다양하다. 보통 200여명이 찾는다.
성공회 푸드뱅크 무료급식 차량을 운전하는 안효식(44)씨는 “요즘은 경기가 어려운 탓인지 성금을 내지 않고 그냥 주먹밥을 달라는 사람도 많은데 매주 오는 한 노숙자가 꼭 동전 몇 개라도 내고 가는 것을 보면 없는 사람들이 더 ‘나눔’을 실천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처음엔 무엇보다 홍보에 어려움을 겪었다. 플래카드나 포스터를 붙이면 서울시는 도시 미관을 해친다며 떼어냈다. 그러나 ‘나눔’의 미덕에 공감한 기업과 주변 상인들의 도움으로 기업과 점포에 포스터를 붙일 수 있었다.
이날까지 45회의 공연에 전인권, 안치환, 이상은 등 총 67팀이 무대에 섰다. 지난 8월 한 달 휴가를 겸해서 쉬었을 뿐이다. 공연자들은 대부분 ‘인디밴드’ 등 아직 유명세를 타지 못하는 신인들이다.
이날 공연을 한 사람은 가수 소히(27)씨와 인디밴드 ‘스트로베리TV쑈’. ‘스트로베리TV쑈’의 기타리스트 진마(22)씨는 “인디밴드들도 어렵지만 우리가 좋아하는 음악을 하며 어려운 이웃을 도울 수 있어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소히씨는 “우리 사회는 가진 사람들이 더 많이 기부해야 하는데 아직 그런 기부문화가 정착되지 않은 것 같다”며 “작지만 함께 나누고 싶었다”고 말했다.
주먹밥을 만드는 사람들은 서울 천호동에 사는 고광단(여·52)씨 등 7명의 자원봉사자들이다. 이들은 화요일에 장을 보고, 우엉을 조리는 등 음식을 준비한다. 수요일에는 아침 7시부터 쌀 20㎏을 씻고, 고기를 삶고, 야채를 다듬어 형형색색의 주먹밥 300여 개를 만든다. 행여 목이라도 멜까 된장국도 빼지 않는다. 고씨는 “비가 와 실내 공연을 하게 되면 관람객이 반으로 줄어 애써 준비한 주먹밥이 남아 속상하다”고 했다.
푸드뱅크 본부장인 김한승 신부는 “사람들이 ‘대낮에 공연을 한다는 것과 매주 공연을 빠짐없이 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했다”면서 “하지만 남을 위해 봉사하겠다는 분들이 많은 걸 보며 우리 사회가 아직 따뜻하고 살 만하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시작할 땐 음악가들을 섭외하는 일부터 애를 먹었지만, 이제 공연 일정은 10월 말까지 꽉 짜여 있다. ‘주먹밥’이 ‘사랑의 콘서트’의 2년차 문을 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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