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짓밟히는 노숙인 인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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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은혜의집 이름으로 검색 댓글 0건 조회 6,596회 작성일 2005-11-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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짓밟히는 노숙인 인권

‘노숙인은 위험하다’는 일반인들의 짐작과 달리 오히려 일반인들에 의한 화풀이 폭행, 성희롱 등 ‘노숙인이 더 위험에 처해 있다’는 실태조사가 나왔다.

이 같은 사실은 국가인권위원회 의뢰로 7월부터 ‘노숙인 인권상황 실태조사’를 벌여 최근 인권위에 중간보고서를 제출한 성공회대 사회복지학과 정원오 교수팀의 연구에서 드러났다. 이 연구는 서울ㆍ대구의 노숙인 30여명에 대한 심층면접을 통해 이뤄졌다.

보고서에 따르면 서울 남대문 거리 노숙인 A(50대 초반)씨는 “술에 취한 사람들이 잠자는 노숙인을 그냥 화가 난다며 때리는 경우가 많고, 작년에는 회현역에서 노숙인을 소주병으로 내려치는 시민도 봤다”며 “시민과 시비가 붙으면 경찰은 무조건 시민의 편을 들기 때문에 시비를 피하고, 안전을 위해서 노숙인들끼리 모여서 다닐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서울역에서 지내다 현재 한 쉼터에 머물고 있는 여성 B(27)씨는 “서울역에 있으면 지나다니는 일반 남성들이 몸을 만지곤 해 무서워서 피해 다녔다”며 “한 두 번은 쫓아 오기도 해 인근 가게에 들어가 살려달라고도 했다”고 밝혔다.

서울 영등포역에서 노숙 생활을 하는 C(33)씨는 인신매매를 당하기도 했다. C씨는 “2002년 서울역 앞에 있는데 한 사람이 와서 술을 많이 사 주더니 봉고차에 태워 전남 목포시 인근 한 섬으로 나를 데려갔다”며 “폭행을 당하며 8개월 동안 김 양식장에서 일했다”고 털어놓았다.

이 외에도 노숙인들은 ▦경찰의 차별적인 불심검문 ▦역사(驛舍) 관리직원 등의 욕설과 폭행 ▦대포폰 대포차 등을 위한 명의 도용 ▦119구조대의 부실한 구조 노력 ▦시립병원 진료카드에 ‘노숙인’이라는 낙인과 차별대우 등의 피해를 당하고 있다고 호소했다.

정원오 교수는 “조사 결과 일부 노숙인들이 서로 폭행을 하는 등 일반인들이 보기에 위험한 행태를 보이기는 했으나 대부분은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한도 내에서 자신들만의 삶을 영위하고 있었다”며 “오히려 노숙인에 대한 일반인들의 편견이 노숙인들에 대한 인권침해의 중요한 원인으로 작용했다”고 지적했다.

신기해 기자 shink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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